국제관계를 새까맣게 태우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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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s

Kadir Jun Ayhan

Nancy Snow

Published

Tuesday, October 30, 2018

This column was originally published by the Donga Daily (동아일보) on October 30, 2018.

공공외교는 외국인들과 직접 소통하며 역사와 전통, 문화, 예술 등에 대한 공감대를 확산시켜 국가 이미지와 브랜드를 제고해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을 높이는 외교 활동이다.

한국은 2016년 공공외교법 공포 이후 관련 활동이 활발해졌다. 공공외교를 위한 국민의 이해와 참여는 매우 중요하다. 공공외교 정책에 대한 지지를 받아야 국가 주도의 공공외교에 국민이 기여할 수 있다. 외교부와 국제교류재단은 내달 1∼3일 공공외교 최전선 전문가와 함께 공공외교의 성과와 전망을 논의하고 다양한 공공외교 활동 관련 이야기를 듣는 제1회 공공외교주간을 연다.

필자는 첫 공공외교주간을 계기로 한국의 공공외교를 다시 살펴보려고 한다. 공공외교는 단순히 한 나라를 홍보하고 긍정적인 이미지를 만드는 게 아니다. 쌍방향으로 국가들이 평화롭게 공존해야 하며 ’공공의 선’에도 기여해야 한다.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가 국제교육이다.

미국 상원 외교위원장을 지낸 제임스 풀브라이트는 “우리가 국제관계를 완전히 태워 없애기 전에 그것을 인간답게 만들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국제교육 교류만으로도 인간의 지혜와 지각 등을 증진할 수 있다고 했다. 국제교육 교류 프로그램은 해당 국가에 대한 애정보다는 평화로운 공존에 기여한다.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교수는 미국에서 공부하는 각국 유학생을 100% 친미파로 만드는 게 아니라 이들이 미국의 강점과 약점을 직접 보고 더 정확하게 이해하도록 만드는 게 이 국제교육 교류의 목표라고 했다.

한국 공공외교의 핵심 사업 중 하나는 외국정부 초청 장학생 프로그램(KGSP)이다. KGSP는 한국과 수교를 맺은 국가의 학생들을 선발해 한국 대학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한국에 대한 애정과 이해를 높이고 ’공공의 선’에도 기여한다. KGSP에 참여한 학생들은 다른 나라의 언어와 문화 등을 배우고 체험하면서 보다 열린 사고와 세계 시민의식을 갖게 된다.

필자가 설문조사한 KGSP 동문 중 60%는 한국에 오기 전에 외국을 경험한 적이 없다고 답변했다. 한국은 학생들에게 모국에서 처음으로 세계로 문을 열게 해준다. 아울러 교육 프로그램으로 인재들의 역량을 강화시킨다.

특히 개발도상국에서 온 학생들에게 모국에서 찾기 어려운 선진 학습 환경을 제공한다. 공부를 마친 뒤 자국 개발에 기여할 수 있다. 장학생 대부분은 개도국에서 왔기 때문에 KGSP를 운영하는 한국은 국제개발에도 크게 기여하는 것이다. 공공외교는 국가를 브랜드로 만들고 우리가 원하는 메시지를 홍보하는 것만 하는 게 아니다.

더 중요한 일은 외국인과 한국 사람이 인간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하는 것이다. 메시지보다 친밀한 관계는 더 오래 이해하고 애정을 갖게 해준다. 설문조사에서 KGSP 동문 중 88%가 한국 친구들, 78%는 한국 지인들, 72%는 한국 교수와 관계를 유지한다고 답했다.

사회자본이론은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만나 소통할 기회가 있다면 충돌의 가능성은 크게 줄어든다고 했다. 영국의 경제학자 존 스튜어트 밀은 친구나 동료가 되지 못한 이웃은 공동의 이익을 위해 협력하지 못해 오직 라이벌이 될 뿐이라고 했다. 유학생들은 한국에서 학교를 졸업한 뒤에도 한국과 해당 국가, 한국과 세계의 가교 역할을 한다. 세계 시민의식과 열린 마음을 가진 이들에 대한 투자는 한국이 다른 나라들과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투자다.